또 터졌다. 이번에도 횡령 사고다. 2년 전 사고가 난 같은 W 은행이다. 작년 6.22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터졌다. 2년 전 W 은행의 횡령액은 700억대였는데, 이번 사고 금액은 그나마 줄어 100억대다.
문제는 2년 전 사고 이후에 내부통제를 강화했는데도 내부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다.
W 은행은 김해지점 직원 A 대리의 대출 영업 형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파악해 첫 횡령 사고로 추정되는 날로부터 한달 만에 적발했다고 한다. 작년 3,000억원 대 횡령 사고가 난 K 은행은 직원 B 부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범행이 드러난 것에 비하면 그나마 W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
부정(不正)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력한 내부통제가 나오면 부정사고를 즉각 감소할 것처럼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한다. 조직의 부정 범죄에 대한 민감성이 더 클수록 부정범죄가 더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종의 ‘통제의 역설’이다. 결국 부정을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을 찾을 가능성은 더 많아지는 법이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천하횡령제일대회’ 순위표를 보면 정말 누가 누가 많이 빼돌리나 경쟁하는 것 같다. 횡령은 은행만의 일도 아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大) 횡령 시대를 맞이했다.
사고가 터지면 항상 내부통제를 점검하고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작년에 금융당국의 강력한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나왔고, W 은행도 신임 회장 취임 이후 자체적인 내부통제 혁신 방안까지 발표해 시스템을 꾸렸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개정되었다.
이번 개정법의 핵심은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도입이다. 즉 C레벌의 법적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임원에게 중복 또는 누락 없이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고,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한 대표이사나 임원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임원에게만 독박 책임을 쓰게 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책무구조도까지 나온 마당에 이제 더 나올 게 있나 싶다. 소젖도 너무 무리하게 짜면 우유가 아닌 피가 나오듯이, 이제 부정을 통제할 방법은 나올 만큼 나왔다. 더 이상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부정은 마치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 또 다른 머리가 자라난다는 신화 속 히드라와 같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래스는 자신의 12가지 시련 중 두번 째 시련이 히드라를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히드라는 맹독을 가진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머리를 잘라내도 재생한다. 심지어 잘린 머리에서 2개의 새로운 머리가 나오고, 중간에 있는 머리는 불사(不死)의 머리여서 어떤 방법으로도 죽일 수가 없는 괴물이다. 결국 헤라클래스는 조카 이올라오스의 도움을 받아 히드라의 머리를 땅속에 파묻어 주변의 바위산을 통째로 들어서 짓눌러 버렸다. 완벽한 퇴치는 아니지만 히드라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다.
헤라클래스가 조카의 도움으로 히드라를 퇴치했듯이 조직 내 부정도 대표이사나 임원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내부통제는 이사나 감사, 준법지원(감시)인 등이 집행의 주체라고 생각하지만, 넓게 보면 주주나 내부 직원도 내부통제의 주체다. 최근 국내 대기업에 제기된 주주대표소송만 살펴봐도 주주가 내부통제의 집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부 직원도 회사 내부정보에 대한 접근이 수월하고 임원이나 동료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내부고발을 통해 내부통제의 중요한 집행주체가 될 수 있다. 부정을 탐지하는 방법에는 내부감사와 내부고발이 있는데,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방법이 비용 대비 효과, 즉 가성비가 좋은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머리 하나를 잘라도 쉽게 죽지 않는 히드라처럼 부정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근절이 힘들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헤라클래스가 조카와 함께 히드라를 물리쳤듯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내부통제의 주체로 나선다면 얼마든지 부정을 예방할 수 있다. 이제는 새로운 제도를 내놓기보다는 현재 나와 았는 통제 중 하나라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조직과 임직원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은 필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임직원들이 크게 깨닫고 정신을 차린다면 부정은 막을 수 있다. 통제(統制)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Cotrol의 어원은 ‘수레(trolley)를 함께(con) 끈다’라는 뜻이다. 이제 수레를 함께 끌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