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등록 화재보험 산업단지 입주 제한 불이익
K-스틸법, 철스크랩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해야
업계, 철저한 철스크랩 선별, 안전수칙 준수 필요
‘K-철강’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과거의 저가(低價), 대량(大量) 중심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고, 고비용·저성장 구조 속에서 산업의 체질 전환이 시급하다. 페로타임즈는 10월 29일 열린 ‘제3회 페로컨퍼런스 – 철강산업 위기 돌파를 위한 산업 고도화 방안 및 대응전략’을 통해 기술, 에너지, 원료, 정책 등 다층적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발표된 주요 세션의 핵심 내용을 순차적으로 보도해, 한국 철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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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스크랩 산업이 여전히 ‘폐기물’로 분류돼 각종 제도적 제약에 묶여 있는 현실이 지적됐다. 전 세계적으로 철스크랩이 탄소 감축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비제조업(원료재생업)’으로 규정돼 공장 등록, 화재보험, 산업단지 입주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이를 “친환경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제도”라고 꼬집으며 조속한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제3회 페로컨퍼런스’에서 “철스크랩은 국내에서 자급 가능한 유일한 친환경 철강 원료로, 자급률이 85%를 넘는다”며 “탄소 배출량이 고로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전략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로 1톤당 탄소 배출량은 약 2톤이지만, 철스크랩은 0.4~0.5톤에 그친다”며 “이 때문에 각국이 철스크랩을 ‘전략 자원’으로 묶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5년 3월 기준 전 세계 48개국이 총 75건의 수출 제한을 시행 중이며, 중국은 자국 내 공급 확보를 위해 4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도적 낙후 상태에 머물러 있다. 2008년 개정된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철스크랩 산업은 제조업이 아닌 ‘금속원료재생업’으로 분류된 이후, 자산 평가, 금융 대출, 보험, 세제 등 모든 영역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박 사무총장은 “공장 등록 불가, 화재보험 거절 또는 과중한 보험료, 산업단지 입주 제한, 투자세액공제 제외 등 다중 규제가 철스크랩 산업의 고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압축기나 슈레딩, 길로틴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과 기술을 갖춘 사업자가 제강사 직공급이 가능한 원료를 가공해 공급하는 경우, 제조업으로 인정하거나 그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하치장 마련과 산업단지 내 재활용업 부지 지정 및 조속한 순환자원 지정 및 고시, 시설 투자 지원 등이 철스크랩 공급망 안정과 고등급 제품의 공급을 늘리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번 ‘K-스틸법’에 철스크랩 관련 조항이 처음 포함됐다”며 “이를 통해 철스크랩 산업의 법적 지위와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K-스틸법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으로, 철스크랩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정부가 5년마다 세우는 기본계획에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 기술 개발 및 관련된 철스크랩 수급에 대한 사업이 포함되면서 철스크랩 업계도 다양한 지원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는 “법 제43조에 명시된 6대 정책 중 ▲고품질 스크랩 회수·선별·가공 및 유통 인프라 고도화 ▲AI 자동검수 시스템 도입 ▲기술인력 양성 ▲금융·세제·입지 특례 등은 업계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자원협회 차원에서 K-스틸법의 제43조에 기재된 6가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투자비 및 연구개발(R&D)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4대보험 가입 여건 완화다. 고품질 철스크랩의 회수, 선별, 가공 및 유통 기반시설의 구축 및 고도화를 위한 목적이다. 또 AI 기반 자동 검수 시스템에 대한 하드웨어 도입이나 시스템 소프트웨어 운영 지원이다.
수입 다변화 및 전략 비축안 마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수급 변동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별다른 비축 시스템의 필요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리사이클링 관련 학과 신설 및 청년 취업 장려금 지원으로 전문 인력울 양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철스크랩 거래의 투명성 강화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철저한 철스크랩 선별 및 분류와 안전 수칙 준수 등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마지막으로 금융·세제·입지 등 행정적·재정적 특례의 경우, 산업단지 내 철스크랩 업체가 반드시 1개 이상 입주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단지 내에서 가공 및 정제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박 사무총장은 “폐자동차, 폐가전 등 복합재질 폐기물이 늘어나면서 불순물 함유율이 높은 경량 스크랩이 증가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고품질 스크랩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은 오히려 저급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AI 검수 시스템이 정착되면 제강사와 스크랩 업계 간 가격 갈등도 완화될 것”이라며 “철스크랩이 ‘폐기물’이 아닌 ‘전략 자원’으로 인정받는 날이 곧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