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감소․내수침체 저성장․탄소중립 시대 변화 속 ‘이중고’
“국내 첨단 R&D기지로 특화, 해외 ‘그린스틸’ 확보 공급”
한국 철강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탄소중립 압력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국내 에너지 제약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 트랙(Two-Track) 글로벌 허브 전략'이 제시됐다. 서울대 윤제용 교수(화학생물공학부), 연세대 민동준 명예특임교수(신소재공학부), ESG네트워크/고철연구소 김경식 소장, 서울대 곽정원 연구원(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등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탄소중립 클러스터 공동 연구진은 지난 21일 국가 정책 제안 이슈브리프 「기로에 선 K-철강 : 탄소중립 시대의 구조 개편과 글로벌 생존 전략」(Vol.43)을 발표했다.
‘저성장·저탄소’ 이중 압박 속 철강산업의 구조적 위기
이번 이슈브리프는 한국 철강산업이 탄소 문제 이전부터 성장 한계에 직면해왔으며, 최근 수출 감소, 저가 외산 수입 증가,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三重苦)'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2050탄소중립 목표와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국제사회의 탈탄소 압력이 더해지면서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는 수소환원제철은 장기적 해법이지만, 경제성 있는 그린수소 확보의 불확실성, 막대한 청정 전력 인프라 부족, 천문학적 초기 투자비라는 세 가지 높은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아르셀로미탈 등 글로벌 철강사, 이미 에너지 중심 재편 착수
연구진은 글로벌 주요 철강사들이 이미 에너지 중심의 생산 재편에 나서고 있음을 주목했다. 일본제철은 과감한 국내 구조조정 후 에너지 경쟁력이 우위인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확장했고,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그린수소 기반 환원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독일의 티센크루프 역시 캐나다, 중동, 호주 등과의 에너지 파트너십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시대 철강 경쟁력의 핵심이 과거의 '규모'나 '조업 기술'에서 '저렴한 저탄소 에너지·원료 확보 능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심 제안 : 국내-해외 역할 분담하는 '투 트랙 글로벌 허브 전략'
연구진이 제안한 투 트랙 전략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Track I (국내 허브): 고부가가치 기술·자원순환 중심지
▲ Track II (해외 허브): 그린 철강 생산 전초기지
연구진은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생산 거점 해외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국내는 R&D와 첨단 가공 기술, 고부가 제품 생산이라는 고도화된 역할에 집중하고, 해외는 에너지 집약적인 1차 환원철 생산을 담당하는 상호보완적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4대 정책 제언: 구조조정·시장 창출·글로벌 협력·정의로운 전환
이슈브리프는 투 트랙 전략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4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① 전략적 구조조정 유도
② 글로벌 협력 강화
③ 시장 창출 정책
④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탄소중립 시대, K-철강의 생존과 도약을 위한 국가 전략 필요"
윤제용 교수는 "한국 철강산업은 과거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생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며 "국내 에너지 제약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글로벌 시각에서 에너지 및 자원 접근성이 유리한 지역을 활용하는 생산 네트워크 재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민동준 교수는 "투 트랙 전략은 국내 산업 기반과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단, 이를 위해서는 기업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탄소중립의 가장 큰 장벽은 경제성 문제"라며 "정교한 시장 창출 정책과 정의로운 전환 지원을 통해 그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기업의 자발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