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와 17년 EVI, 레지던트 엔지니어 협업 車강판 공동 검증
광양제철소 전기로 시험생산재, 차세대 친환경차 적용 목표
스프링백 성형 예측까지…생산장벽 넘는 이용기술이 경쟁력
"캡티브 마켓 없어 더 강해졌다"…글로벌 고객 경험이 동력
포스코는 6월 17일, 광양제철소 전기로를 준공했다. 저탄소배출 자동차강판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전기로는 시작일 뿐이다. 자동차용 강판은 고객과의 공동개발과 생산 검증, 이용기술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완성차에 적용될 수 있다. 페로타임즈는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레지던트 엔지니어(Resident Engineer)로 근무하며 이 과정을 직접 수행한 김돈건 포스코 솔루션연구소 박사를 만나, 저탄소배출 자동차강판 시대와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포스코의 경쟁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에 혁신 전기로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생산 사례는 대표적으로 뉴코어가 거론돼 왔지만, 외판 등 고급 자동차강판까지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광양 전기로는 전기로 기반 저탄소 자동차강판의 상업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시험하는 새로운 이정표로 꼽힌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EU 철강 시장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정부가 EU 철강 신조치 협상에서 경쟁국 대비 우호적인 국가쿼터를 확보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대EU 수출 기반을 일정 부분 지킬 수 있게 됐다.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가쿼터를 확보했고, 일부 주요 품목이 새로 포함된 점도 의미가 크다. 다만 EU 시장은 관세할당제도(TRQ)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동시에 작동하는 만큼, 쿼터 확보에 더해 고객사와의 기술 협력과 공급 대응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 없는 좋은 제품은 의미가 없습니다."
포스코는 프랑스 르노와 장기간에 걸쳐 EVI(Early Vendor Involvement)와 레지던트 엔지니어 제도를 운영하며,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소재와 차체 구조, 생산성을 함께 검토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해 왔다. 광양 전기로에서 생산된 시험생산재도 르노의 차세대 친환경 신차 적용을 목표로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장기간의 기술 협력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돈건 포스코 솔루션연구소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철강사는 좋은 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대학원에서 판재 성형해석을 연구하며 포스코 산학과제를 수행한 뒤 2010년 입사했다. 이후 광양연구소와 송도 솔루션연구소, 서울 마케팅 조직, 프랑스 르노 테크센터를 차례로 거치며 연구와 시장, 고객 현장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변화가 기술이 아니라 관점이었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 하지만 연구의 관점은 고객사 현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뒤바뀌었다.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것은 가장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생산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예전에는 기술 중심으로 연구했다면 지금은 고객의 니즈를 먼저 이해하고 내부 연구개발과 연결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기술은 고객보다 딱 한발 앞서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함께 만드는 연구원"…13년 이어진 레지던트 엔지니어
이 같은 변화는 포스코가 오랜 기간 구축해 온 EVI 활동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포스코는 2013년 르노의 초고효율 콘셉트카 이오랩(EOLAB) 프로젝트를 계기로 르노 테크센터에 레지던트 엔지니어를 파견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다섯 번째 연구원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김 박사도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4년간 프랑스에서 근무했다.
레지던트 엔지니어는 일반적인 기술지원 인력과 다르다.
완성차 업체 사무실에서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며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강종 선정과 부품 설계, 생산성 검토까지 함께 수행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간다.
김 박사는 "고객사 안으로 들어가 함께 개발하다 보니 연구자의 시야도 완전히 달라졌다"며 "고객의 요구를 연구소에 전달하고, 연구소의 기술을 다시 고객에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협업은 탄소중립 시대 들어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됐다.
포스코는 2020년부터 르노와 전기로와 HyREX를 활용한 저탄소배출 자동차강판 공급 로드맵을 공유해 왔다. 이번 광양 전기로 준공 이후 시험생산재를 르노가 직접 평가하는 것도 이러한 장기 협력의 연장선이다. 설비보다 신뢰와 공동 검증 체계가 먼저 구축됐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소재만으로 부족하다"…이용기술이 경쟁력을 만든다
김 박사는 앞으로 자동차용 철강 시장의 경쟁에서 이용기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용 강판은 완성차 업체의 소재 인증을 통과하더라도 실제 생산라인에서 성형 불량이나 용접성, 스프링백(Springback)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프링백은 금속을 프레스 성형한 뒤 탄성 복원으로 인해 원래 형상으로 일부 되돌아가며 치수가 틀어지는 현상으로, 자동차 차체 정밀도와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 과제다.
포스코는 자동차용 강판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스프링백 제어를 위해 성형해석(CAE), 실제 프레스 성형 검증, 스마트 스탬핑, AI 기반 물성 예측을 결합한 이용기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형상 오차와 소재 편차까지 제어해 완성차 업체가 생산 단계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돈건 박사는 "자동차 소재는 인증을 받아도 생산 과정에서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산 장벽까지 해결하는 것이 솔루션연구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송도 솔루션연구소는 성형해석과 실제 부품 제작, 용접 검증, 스마트 스탬핑, AI 기반 물성 예측 등 생산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이용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물성을 직접 측정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필요한 물성을 예측하고 생산 조건까지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고객이 수개월 걸릴 일을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김 박사는 글로벌 시장은 기존 시장(선진국)과 성장 시장(신흥국)으로 나눈다.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은 저탄소강판과 기가스틸, 전기강판, AI 기반 생산기술 등 복합적인 솔루션을 요구하는 주관식 시장이다. 반면 인도와 동남아 등 성장 시장은 포스코가 25년 이상 축적한 EVI 데이터와 이용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직면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객관식 시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성장 시장이 아니라 기술과 품질로 경쟁해야 하는 시장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캡티브 마켓의 ‘不在’…오히려 경쟁력이 됐다"
김 박사는 포스코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다양한 고객과 함께 축적한 경험을 꼽았다. 포스코는 안정적인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이 없는 시장 환경 속에서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를 폭넓게 경험하며 제품과 이용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이러한 축적된 경험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더욱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고정 캡티브 마켓이 없는 환경이었기에 오히려 더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축적한 다양한 기술과 데이터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더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에도 철강의 역할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탑재로 차량 무게가 증가할수록 기가스틸과 저탄소배출 자동차강판, 고효율 전기강판 등 고부가 소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자동차 외판 수준의 고급 강판을 전기로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라며 "시험 생산과 단계적 검증을 거쳐 품질을 확보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양 전기로는 저탄소배출 자동차강판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가능했던 이유는 설비보다 먼저 고객과 함께 자동차를 개발해 온 시간, 그리고 철강을 공급하는 회사를 넘어 고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솔루션 파트너로 진화해 온 포스코의 연구 문화에 있었다.
아래는 김돈건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김돈건 박사는
포스코 솔루션연구소 자동차소재솔루션연구그룹에서 미래 모빌리티용 철강 솔루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판재 성형해석을 연구하며 포스코 산학과제를 수행했고, 산학장학생을 거쳐 2010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광양연구소에서 자동차용 롤포밍(Roll Forming) 기술과 고객 기술협력을 시작으로, 자동차소재 마케팅과 자동차 부품 성형·이용기술 개발을 두루 경험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는 프랑스 르노 본사 테크센터에 레지던트 엔지니어(Resident Engineer)로 파견돼 자동차 개발 초기 단계부터 철강·배터리 소재와 이용기술 협력을 수행했다. 현재는 르노 및 르노코리아 기술협력을 비롯해 철강 기반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와 부품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자동차용 강판의 성형해석, AI 기반 이용기술 등 '토털 솔루션 패키지(Total Solution Package)'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Q1. 최근 포스코-르노코리아 테크데이 2026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월 4일, 자동차소재마케팅실 주관으로 르노코리아 중앙연구소에서 테크데이를 개최했습니다. 2016년 이후 10년만에 개최했습니다. 송도 솔루션연구소에서는 자동차부품 전시 협의 및 기술세미나 등을 담당했습니다. 과거에는 자동차에 활용되는 철강소재 및 이를 활용한 부품화 기술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었던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철강소재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철기술(HyREX) 모형과 이차전지소재 등 포스코그룹의 종합적인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적용한 콘셉트 차량을 실제 제작·전시하여 집중적인 논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와 함께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아, 철강 배터리팩, 기가스틸 및 멀티머티리얼(MM) 부품 등 핵심 실물 부품들도 함께 전시해 그룹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 르노테크센터에서도 동일한 주제로 2023년 11월 16일에 테크데이를 개최했습니다. 2011년 이후 12년만에 개최한 것입니다.
Q2> 과거와 비교해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사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그동안 전기차(배터리 무게↑)대응한 경량화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많았습니다. 또한 최근 미래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대응해,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테크데이에서 다양하게 확장 가능한 미래모빌리티 컨셉차량을 실제로 제작 전시했습니다. 여러 가지 사이즈의 차량에 적용 가능한 통합 부품화 솔루션, DFRF(Double Flanged Roll Forming)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유럽의 CBAM 등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공급안정성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와 르노는 2020년부터 양사의 탄소중립전략에 대해 공유 및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6월 17일 성공적으로 준공된 광양전기로 시험생산재를 르노코리아에서 평가하여 향후 출시될 르노의 차세대 친환경 신차에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3> 르노는 포스코를 전략파트너로 평가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포스코는 예전부터 글로벌 르노의 주요 철강공급사로서 관계를 맺어오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르노 이오랩(연비 100km/l) 컨셉카 개발 참여를 위해 프랑스 르노테크센터에 연구원을 파견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 5번째 연구원(레지던트 엔지니어)을 파견 중에 있습니다. 저는 2021년 1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르노에서 파견근무하면서 미래모빌리티 시장 대응 기술협력 및 저탄소배출강판 공급을 위한 사전협력 등 다양한 기술협력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차전지소재 등 포스코그룹사가 보유한 다양한 역량에 대해서도 협력을 모색하였습니다. 지금은 단순 철강 소재 공급사가 아닌, 미래모빌리티 종합소재 공급사로서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고 긴밀하게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현장에서의 협업은 르노의 재료, 설계, 개발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자동차 개발 초기단계부터 강종 및 부품을 제안하고, 필요시 포스코 본사와 협력하여 르노 요구 강종 및 부품을 개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종합소재공급사로서, 강종 및 부품 뿐만 아니라, 미래모빌리티 컨셉 또는 배터리팩케이스 컨셉, 이차전지소재 등 자동차 토털솔루션패키지(Total Solution Pacakge) 제안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Q4> 2010년 입사 당시와 비교해 현재 솔루션연구소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2010년 8월에 광양 자동차가공연구그룹으로 처음 입사했습니다. 이후 해당 그룹이 인천 송도로 옮겨지고, 사내에서도 다양한 이름으로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위치뿐만 아니라 그 역할 또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인데요. 이는 곧 자동차 시장 자체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철강공급사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역할이 진화되고, 좀 더 고객사 가까이에서 활동하기 위해 국내외 이동이 용이한 송도로 옮겼습니다. 그 역할이 점점 강화되다 보니 그룹(부서)에서 센터가 되고, 솔루션마케팅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해 마케팅본부로 소속을 옮겼다가, 현재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 및 강건재 등 타 산업까지 아우르는 연구소로 확대재편되었습니다. 역할적인 측면에서 과거보다 고객사와 더 많이 소통하고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나가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는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강종 개발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타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이용기술 연구개발을 통한 솔루션마케팅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Q5> 광양, 송도, 프랑스 파리 등 완성차 사 파견 엔지니어로서 현지에서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2023년 11월 16일에 개최한 르노 테크데이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르노 레지던트 엔지니어는 다른 주재원들과는 달리 고객사 사이트에서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40여명의 출장자가 방문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행사 준비뿐만 아니라, 일주일 동안 해당 인원들의 일정을 관리하고, 차량배정 및 호텔예약을 하는 것은 예상외로 변수가 많은 작업이었습니다. 포스코 그룹본사 뿐만 아니라 유럽법인 등에서 많은 동료들이 힘을 보탠 덕분에 큰 문제없이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그룹CTO)을 포함하여 본사의 주요 임직원분들도 함께 했습니다.
르노에서는 기술총괄 등 6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강판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소재, 수소 등 친환경 미래소재 전분야에 대해 탄소중립과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로 나아가자고 협의했습니다. 테크데이를 한번 개최했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변화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하나의 중요한 교두보가 된 것 같아 의미있고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Q6> 2013년 르노 '이오랩' 프로젝트부터 다져온 포스코 EVI(Early Vendor Involvement) 활동이 글로벌 경쟁사 대비 갖는 독보적인 강점은 무엇입니까?
포스코는 2000년 들어서 민영화 및 철강공급과잉시장 대두를 기점으로 자동차강판 판매에 대하여 공급자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페러다임 전환을 진행하면서 EVI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EVI 활동은 글로벌 및 전 산업군으로 확장했고, 현재는 솔루션마케팅이라는 포스코 판매활동의 주요수단으로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3년 르노 이오랩 프로젝트는, 솔루션마케팅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시점에 참여한 프로젝트입니다. 르노 자동차개발의 중심부인 르노테크센터에 연구원을 직접 파견하여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소재 뿐만 아니라 이용기술 측면에 있어서 기술협력을 진행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 고객사 대상으로 25년 이상의 EVI 활동을 통해 전세계 주요 자동차사 및 부품사와 다양한 기술협력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긴밀한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레지던트 엔지니어라는, 고객사 사이트에서 가장 빠르게 니즈를 파악하고 기술협력을 추진하여 판매로 연결시키는 강력한 시스템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Q7> 정부가 EU 철강 신조치 협상에서 우호적인 국가쿼터를 확보한 가운데 포스코는 르노와의 장기 협력을 바탕으로 현지 고객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까다로운 탄소중립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스코가 가장 차별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포스코는 레지던트 엔지니어를 통하여 2020년부터, 전기로 및 하이렉스(HyREX)를 통한 탄소저감 판재의 생산 중장기 계획에 대해서 르노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사내 유관부서 직책자들로 전담조직을 구성하여, 탄소중립 관련 르노 니즈 및 유럽 정책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밀착 대응했습니다. 예를 들어, 탄소저감 판재류에 대해, 향후 전기로 및 HyREX를 통한 공급가능 강종에 대해 협의 선정했고, 르노는 이를 활용하여 향후 탄소저감재 채용 차량 개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CBAM 등 유럽 탄소중립 정책 동향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공유 및 상호 협의하면서 실제 발효(2026년 1월 1일)되기 이전부터 미리 대비해왔습니다.
2024년부터는 스크랩을 대량 투입하는 전기로 컨셉에 대해서, 고로를 통해 모사시험생산 및 검증을 수행했습니다. 이번에 준공된 광양전기로의 시험생산재를 활용하여 포스코 및 르노코리아에서 동시에 평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빠른 시일내에 저탄소배출강판 르노 채용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유럽 완성차사들의 까다로운 탄소중립 요구는 어떤 한가지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시간에 걸쳐 구축된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주요 이슈들을 미리 파악하여 검증 및 해결하고, 고객사가 요구하는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르노의 경우에는 레지던트 엔지니어를 적극 활용하여,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포스코 내부적으로 탄소중립 일정 수립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Q8> 르노 파견 당시 전기로 고급강(저탄소배출강판)의 양산 공급 기반을 다지셨는데, 당시 유럽 현지 엔지니어들의 실제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탄소중립으로의 전환, 즉 저탄소배출강판 채용은 EU 정책이 리딩하는 기술이다보니, 유럽 현지 엔지니어들도 저탄소배출강판으로 전환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확실한 이해와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원소재부터 철강생산, 그리고 자동차 제조 및 재활용까지, LCA(Life Cycle Assessment) 전반에 걸쳐서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실제로 저탄소배출강판을 자동차 부품 제작에 활용시 어떤 문제가 생길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지던트 엔지니어로서 르노 실무담당 직원 및 임원들과 교류하면서 기준을 세우고 방향을 설계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를 위해 포스코 본사 담당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였으며, 궁극적으로는 저탄소배출강판 전환에 있어서 단순히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Q9> 알루미늄 차체를 기가스틸 중심으로 재설계해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무엇인가요?
알루미늄 차체를 기가스틸 중심으로 재설계해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단순한 소재 치환이 아니라 소재 특성을 출발점으로 차체 구조와 제조 방식을 동시에 재설계한 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은 철강 대비 밀도가 낮아 경량화에 유리한 소재로 인식됩니다. 다만 실제 차체 설계에서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동일한 충돌 안전성과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면 두께나 단면 형상을 증가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기대한 수준만큼의 경량화 효과가 제한되거나, 구조 설계에 추가 제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가스틸과 같은 초고강도강은 매우 높은 강도를 기반으로 동일한 성능을 보다 얇은 두께와 최적화된 단면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부위에서 철강의 소재 사용량이 알루미늄 대비 항상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 부재나 충돌 안전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고강도 특성을 활용해 필요한 소재량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소재–구조 최적화는 원가 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 알루미늄은 소재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성능 확보를 위한 단면 증가와 전용 공정 적용으로 제조 및 접합 비용이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기가스틸은 두께 저감과 구조 최적화를 통해 소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철강 기반의 성형·용접 공정과 높은 호환성을 유지할 수 있어 추가적인 공정 복잡도나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전체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 치환이 아니라 기가스틸의 특성을 적극 반영해 부품 수 축소와 구조 일체화 설계를 병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립 공정을 단순화하고, 품질 안정성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시스템 차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원가 절감의 본질은 ‘어느 소재가 더 가벼운가’의 문제가 아니라, 강도를 기반으로 두께·단면·구조를 통합적으로 최적화해 소재 사용량과 제조 비용을 동시에 줄인 설계 혁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10> 또 기가스틸과 알루미늄을 함께 사용하는 이종 소재를 결합하는데 가장 어려운 기술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기가스틸과 알루미늄 같은 이종 금속간의 소재 접합의 가장 어려운 점은 기존의 용접공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철과 알루미늄은 녹는점과 열팽창 계수가 달라 기존의 용융 용접 방식을 적용하면 접합부에 취약한 금속간화합물(IMC)이 형성되거나 열변형이 발생해 접합부 성능을 보증하기 어렵습니다.
또 서로 다른 금속이 접촉할 때 발생하는 전위차로 인해 부식이 빨라지는 '갈바닉 부식'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회피하는 방안으로 '기계적 체결'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계적 체결은 열영향이 없는 접합 방법입니다. 산업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셀프피어싱리벳(SPR), 마찰천공나사체결(FDS) 등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알루미늄 이외에도 복합재/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와의 접목을 통해 이종금속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원가절감 및 경량화 등을 동시에 구현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11> 차량 테어다운(Teardown)을 통해 전기차 차체 설계에서 발견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출시한 전기차들을 분해하여 기술적 요소를 분석하는 '테어다운(Teardown)'을 진행한 결과, 전기차 차체 설계가 기존 내연기관차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엔진과 배기계가 생략되면서 차량 하부 구조인 언더바디 플로어(Underbody Floor)가 극적으로 단순화됐다는 점입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바닥을 복잡하게 만들던 구동축 통로나 배기 파이프가 사라지면서 전기차의 바닥은 평평한 스케이트보드 형태로 변했고, 이는 실내 공간의 극대화와 공기역학적 이점을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단순함 뒤에는 훨씬 더 강력한 강성과 강도를 요구하는 설계적 고충이 숨어 있습니다. 차체 하부에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거운 배터리 팩이 장착되면서, 언더바디 구조는 이 거대한 하중을 견디고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강성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전기차들은 하부 프레임에 초고장력강과 격자형 보강 구조를 대거 적용하여 뼈대 자체를 극도로 튼튼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특히 측면 충돌 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차체 구조의 보강은 설계의 핵심 과제입니다. 내연기관차는 승객의 안전만을 고려하면 되었지만, 전기차는 측면 충돌 시 차체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 셀이 미세하게라도 변형될 경우 치명적인 열폭주(Thermal Runaway)와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응해 포스코는 기가스틸을 비롯한 배터리팩 보호용 고강도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제조사들 역시 문짝 아래의 사이드 실(Side Sill) 내부에 핫스탬핑 공법 등으로 제작된 다중 보강재를 촘촘히 배치하여, 측면 충격이 배터리 팩으로 직접 전달되지 않고 외부에서 흡수되도록 철저한 방어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배터리와 안전 장치 도입으로 차량 무게가 증가한 상황에서, 최근 하이브리드(HEV) 시장의 재부상 등 다변화되는 시장 트렌드는 경량화와 고효율에 대한 요구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늘어난 무게는 주행거리를 갉아먹는 주범이기 때문에, 업계는 알루미늄과 초고장력강을 혼용하는 이종 소재 접합 기술부터 포스코의 2000MPa급 기가스틸(초고강도 강판) 적용까지 첨단 신소재 기술이 대거 도입되며 무게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결국 전기차는 차체가 단순히 승객을 태우는 공간을 넘어, 배터리라는 무겁고 민감한 부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적 집약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Q12> 스마트 성형 기술이 자동차 제조 방식에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무엇으로 보시나요?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 제조 공정이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사후 대응형’에서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자율 제어형’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CO2 저감과 안전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가스틸(GIGASTEEL)의 적용을 급격히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재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미세한 물성 편차나 설비 변동에 따른 성형 불량(스프링백, 크랙 등) 제어가 까다로워져,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스마트 성형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입니다. IoT와 AI 기술을 부품 제조 공정에 접목하여, 성형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소재의 상태와 품질을 진단하고 이에 맞춰 프레스 압력이나 금형 조건 등을 실시간으로 자동 조정합니다. 결과적으로 불량이 발생한 뒤에야 생산을 멈추고 원인을 찾던 기존의 비효율에서 벗어나, '불량 제로'를 지향하는 무중단 자율 생산과 스마트 팩토리 구현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Q13> 국내 자동차와 철강 생태계가 반드시 갖춰야 할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내 자동차와 철강 산업은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로 및 수소환원제철과 LCA 기반의 탈탄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가스틸 및 고효율 전기강판 등 차세대 모빌리티용 초고부가가치 소재 기술을 선점해야 합니다. 또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폐배터리, 철스크랩 순환경제를 완성하는 동시에, 디지털 트윈과 탄소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여 공급망 전반의 협업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완성차와 철강사가 저탄소배출강판 장기 공급 계약을 포함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결속할 때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솔루션연구소는 신차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EVI 활동을 기반으로 전기차 플랫폼 맞춤형 구조 설계를 제시하고, 기가스틸의 성형 불량을 제어하는 시뮬레이션과 이종 소재 접합 기술로 가공 난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완성차 제조 공정에서 열처리나 도장 단계를 단축할 수 있는 공정 생략형 친환경 소재 이용기술을 개발하여 고객사의 탄소 배출 저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이처럼 고객사의 생산성과 제품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고부가가치 이용기술 솔루션을 제공할 때 비로소 독점적인 기술 파트너십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Q14>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을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프랑스 르노에서 레지던트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몸소 느낀 건, 결국 '고객의 신뢰'는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포스코가 자랑하는 EVI(Early Vendor Involvement) 활동도 결국은 고객사 직원들과 매일 부대끼며 그들이 진짜 고민하는 게 뭔지 한발 앞서 찾아내는 데서 시작하거든요. 단순히 철강을 파는 게 아니라, '차를 같이 만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포스코만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요즘 자동차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탄소중립 같은 규제도 까다로워지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사를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그들의 고민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철강재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기가스틸과 저탄소배출강판은 물론이고 이차전지소재와 스마트 성형기술,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의 차체 구조 설계나 배터리팩케이스 컨셉 제안까지 아우르는 'Total Solution Package'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고객사가 새로운 차량 플랫폼을 구상하는 첫 단계부터 포스코의 기술이 녹아들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한 기술 파트너로서 함께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송도 솔루션연구소에서 각 분야의 전문 요소기술을 치열하게 개발하고 있는 수많은 동료 연구원들과 힘을 합쳐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고객사와 본사를 잇는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이용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모빌리티의 차체 컨셉 개발을 통하여, 포스코가 글로벌 완성차사들의 가장 믿을 만한 파트너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앞장서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