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노무 이야기] 위험성평가 의무 대폭 강화
[철강 노무 이야기] 위험성평가 의무 대폭 강화
  • 최재도
  • 승인 2026.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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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부터 미실시 사업장 최대 1천만원 과태료
최재도 노무법인 조율 대표노무사
최재도 노무법인 조율 대표노무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 제도인 위험성평가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 6월 1일부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위험성평가 과정에서 근로자의 참여가 강화되고, 평가 결과와 개선내용을 근로자에게 공유하도록 하는 등 사업주의 의무가 보다 구체화됐다.

특히 앞으로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수단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일부 사업장에서는 위험성평가를 안전관리 담당자가 연례적으로 작성하는 서류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근로자가 참여하며 개선조치까지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사업장의 기계, 설비, 원재료, 작업방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요인을 찾아내고 그 위험 수준을 판단한 뒤, 이를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제도다. 기존에도 사업주에게 위험성평가 실시 의무가 있었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유해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위험 수준을 판단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해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층 강화가 되었다.

따라서 위험성평가표를 작성해 보관하는 것만으로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위험요인이 발견됐다면 방호장치 설치, 설비 개선, 작업방법 변경, 작업순서 조정, 보호구 개선 등 실질적인 조치로 연결해야 하고, 개선이 완료됐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평가 절차 역시 구체화 되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현재 노출되고 있거나 합리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유해 위험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후 각각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고, 허용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해 감소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번 개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근로자의 참여다. 사업주는 위험성평가 과정에 해당 작업을 실제로 수행하는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시행규칙에서는 사업장 순회점검에 근로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설문조사, 면담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대표가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대표 역시 위험성평가에 참여시켜야 한다. 현장에서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실제 작업자라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관리자가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작업도 현장 근로자는 반복적인 불편이나 사고 가능성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안전관리자나 관리감독자가 기존 평가표를 참고해 사무실에서 위험성평가서를 작성하는 방식은 앞으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작업자를 참여시켜 현장을 확인하고, 어떠한 의견이 제시됐으며 이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성평가 결과를 근로자에게 알리는 절차도 강화됐다. 사업주는 평가 실시 전에 평가 일정 등을 알려야 하고, 평가가 끝난 뒤에는 확인된 유해위험요인, 위험성 수준, 개선대책 및 개선조치의 이행결과 등을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공유 방식은 안전보건교육, 설명회, 게시판, 서면, 전자적 방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요인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인 TBM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알리고 실제 작업자가 위험요인을 인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들이 이번 개정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과태료 규정 때문이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경우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70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근로자를 위험성평가에 참여시키지 않거나 근로자대표의 참여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 평가 관련 내용을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평가결과를 기록하거나 일정기간 보존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과태료 규정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은 2027년 1월 1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은 202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주의할 점은 위험성평가에 관한 개정된 의무 자체는 이미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태료가 부과되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부터 근로자 참여, 위험요인 개선, 결과공유, 기록관리 방식 등을 점검해 놓아야 한다.

철강과 제조업 사업장은 더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철강업의 경우 크레인과 지게차를 이용한 중량물 이동, 압연설비와 회전체, 고열작업, 용접과 절단, 설비 정비, 밀폐공간 작업, 컨베이어 작업 등 사고 발생 시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공정이 많다. 사내 협력업체와 원청 근로자가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혼재작업도 빈번하다. 특히 정비나 보수작업은 평상시 생산작업과 다른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생산공정에 대한 위험성평가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설비 정지와 재가동, 비정상작업, 돌발적인 수리작업 등도 별도로 위험요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는 우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위험성평가표가 실제 작업현장과 일치하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설비를 교체하거나 작업방법을 변경했음에도 과거 평가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거나, 매년 동일한 내용만 반복해 작성하고 있다면 감독 과정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공정별 실제 근로자를 참여시켜 현장을 직접 순회하며 위험요인을 확인해야 한다. 작업자에게 최근 작업 중 아찔했던 경험이나 불편했던 사항,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공정 등을 질문하는 것도 매우 유용하다. 현장 근로자의 의견은 위험성평가의 실질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발견된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단순히 ‘안전교육 실시’, ‘근로자 주의’ 정도의 조치로 끝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성이 높은 사항이라면 설비 개선이나 방호장치 설치, 작업방법 변경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조치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라 개선하기로 한 사항은 담당자와 완료예정일을 정하고, 개선이 끝난 경우 사진이나 점검기록 등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위험성평가에서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장기간 개선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사업주가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를 근로자에게 실제로 공유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교육일지, TBM 기록, 게시자료, 참석자 서명 등 객관적인 자료를 남겨 놓으면 향후 감독이나 사고조사 과정에서도 위험성평가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험성평가는 앞으로 산업안전 감독뿐 아니라 중대재해 발생 시에도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이전에 해당 위험요인을 충분히 파악했는지, 근로자의 의견을 들었는지, 위험성을 확인한 뒤 적절한 개선조치를 했는지 등이 주요 확인사항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제도 강화의 핵심은 위험성평가를 매년 한 번 작성해 두는 서류가 아니라,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위험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안전관리 체계로 운영하라는 데 있다. 기업들은 과태료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위험성평가의 실시방법, 근로자 참여절차, 개선조치 이행관리, 결과공유 및 기록관리 체계를 지금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철강업과 같이 중량물, 고열, 대형설비, 정비작업이 많은 업종에서는 위험성평가가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관리 수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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