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철강연맹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3.6% 줄어든 8,400만9천톤으로 최근 3년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력 부족에 따른 공사 감소로 건설용 수요가 부진하고 자동차 인증 비리 문제로 자동차 등 제조업용 수요가 정체된 것이 일부 영향을 주었지만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에 따른 세계적인 공급 과다로 수출이 부진했던 것도 한가지 요인으로 보인다.
2024년 우리나라 조강 생산량도 6,351만2천톤으로 전년 대비 4.8% 감소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역시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직간접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장기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지난 10년간 일본 조강생산량은 2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 조강생산량도 지난 10년간 11.2% 감소하고 있어서 향후 양국의 철강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4.6% 증가하고, 철강재 수출량도 월간 기준 으로 다시 1,000만톤을 돌파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작년 10월 이후 5개월 만의 일이다. 반덤핑(AD) 관세 부과 조치 등 주요국의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감산과 같은 생산조절 효과보다는 수출 공세가 더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의 철강재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심화와 저가 수출 공세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커서 앞으로 한일 양국 철강업계는 중국 철강산업의 행보를 주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 철강산업의 발전이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분야에서도 눈에 띄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중국 철강산업은 급속한 양적 성장을 추구해 왔으며 2020년 이후부터는 산업 구조조정과 최신예 설비증설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나아가서 최근 중국 정부는 2025년 양회(兩會) 기간 동안 철강산업 발전과 미래 전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그 핵심 내용은 향후 2030년까지 친환경, 고품질 철강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하에 현재의 ‘저가(低價) 대량생산 국가’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철강산업의 고부가가치화 · 친환경 전략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미래 전략에 발맞추어서 총 18개 성(省)에서는 172건에 달하는 철강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인데, 철강전문지인 마이스틸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철강 설비 투자의 수준을 넘어서서, 고탄소 기반의 전통 철강생산 공정을 저탄소, 고효율, 고급제품 중심의 철강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철강산업의 ‘지리적 재편’도 추진될 전망이다.
종합해 보면 향후 중국의 철강산업은 ‘총량 감축 + 품질 전환’이라는 국가 차원의 발전전략 하에 지역별 특성과 자원 기반에 맞는 최적화 모델로 진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동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일본 중국의 철강산업은 고급재, 중급재 및 저가재를 서로 중점 공급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의 철강산업이 지속적인 성장과 급속한 질적 발전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국의 철강산업 간에는 치열한 ‘삼각 경쟁 심화 상태’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3국 철강산업 간의 경쟁 관계 심화는 철강 무역시장을 전 세계로 확장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러한 ‘삼각 경쟁 심화 상태’는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향후 지속 생존할 수 있느냐 소멸해야 하느냐 여부는 앞으로 3년간의 대응 전략 및 활동 내용이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