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억 톤 밀어내기·미국 관세 50% 장벽, 앵커기업 수익성 0%대 추락
하이렉스 기술·K-스틸법·인공섬 프로젝트, ‘그린 에너지 허브’로 대전환
2025년 말 현재,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던 포항 철강산업이 전례가 없었던 거대한 파도 앞에 직면해있다. 중국의 구조적 경기 둔화와 맞물린 만성적 공급과잉,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EU를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장벽의 고도화,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동시에 포항을 덮쳤다. 여기에 인구 50만 명 붕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무너지며, 도시는 활력을 잃고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危機)’는 곧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혁신(革新)’의 다른 이름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철강산업 지원 특별법)’은 우리에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포항 철강산업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을 진단하고, 포항이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그린 에너지 소재 허브’로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1. 벼랑 끝의 철강산업 : '3중 복합 위기'에 갇힌 철강산업
전례가 없는 복합 위기 : 단순한 경기 사이클 아닌 패러다임의 붕괴
글로벌 철강산업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삼중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중국발 구조적 경기 둔화와 맞물린 만성적 공급과잉, 둘째는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장벽의 고도화, 셋째는 탄소중립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주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다. 여기에 더해서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 등 내수 경기 침체는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철강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와 OECD의 전망은 암울하다. 2025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17억 5천만 톤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보이며, 2026년에야 1.3%의 미미한 반등이 예상된다. 이는 팬데믹 이후 일시적 회복 국면이 종료되고, 글로벌 경제 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디지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철강 집약도 자체가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다. OECD는 2027년까지 글로벌 철강 과잉 설비가 7억2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경고했다. 이는 2016년 글로벌 철강 위기 당시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요는 늘지 않는데 생산능력은 계속 확대되는 구조 속에서, 철강 가격의 하방 압력은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 특히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다. 중국은 내수 부동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연간 1억 1천만 톤이 넘는 잉여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은 중국산 저가 후판과 열연강판에 잠식당했고, 이는 현대제철 포항 2공장 가동 중단 검토라는 충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문은 닫히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관세를 50%로 기습 인상하며 쿼터제를 무력화시켰고,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며 향후 10년간 한국 철강업계에 약 3조 원 이상의 비용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물량 중심의 수출 확대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기술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한국 철강산업에는 특히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고로 중심의 생산 구조를 유지해 온 한국 철강산업은 ‘가격·통상·탄소 비용’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놓이면서 한국 철강사들의 가격 교섭력을 뿌리째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2.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
포항 철강산업은 현재 경기 변동 차원의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장기적 위기 국면에 진입하였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철강 수요의 장기 정체, 중국발 공급 과잉, 미·EU 보호무역 및 탄소 규제, 에너지 비용 급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단일 산업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포항 지역경제의 취약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항시의 위기는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과 지역 고용·인구, 수출 기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산업위기로 평가된다.
이는 다른 철강도시인 광양, 당진의 경우도 포항시만의 문제가 아닌 동시에 함께 직면한 문제라는 점에서 강건너 불보듯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1) 포항 경제의 경고음 : 인구 50만 붕괴와 제조업의 역성장
이러한 대외적 위기는 포항 경제지표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다. 철강 도시 포항의 위기는 통계 수치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포항시 인구는 48만 9,064명을 기록하며, 2015년 정점 대비 3만 명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1995년 통합 이후 지켜오던 '인구 50만'이라는 심리적, 행정적 마지노선이 붕괴되었다. 이는 단순한 자연 감소가 아니라, 주력 산업인 철강업의 고용 창출력 저하에 따른 '사회적 감소'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제조업의 활력 저하는 더욱 심각하다. 포항철강산업단지의 상주 인력은 2014년 대비 16.4%인 2,650명이 감소하여 13,434명에 불과하며, 10년 새 2,65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포항 경제의 심장인 35%를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의 GRDP(지역내총생산) 역시 2022년 -11.3%의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한채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 앵커 기업의 '어닝 쇼크'와 구조조정 공포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앵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지역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POSCO Holdings의 영업이익률은 3%대로 하락했으며, 포항제철소의 경우 설비 보수와 시황 악화가 겹쳐 수익성이 급락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영업이익률은 0.1%로 사실상 손익분기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미 POSCO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이 ‘24년도 하반기에 폐쇄되었으며, 2파이넥스 공장도 지난 ’25년 말에 가동을 멈추고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설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후화된 포항 2공장의 무기한 가동 중단과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에 있는데 이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외 ‘25년도 중반에 코스틸 공장 폐쇄 및 매각이 진행 중에 있으며, 포항철강산업단지내 입주 기업 342곳(’25년 중반 기준) 중 39곳이 가동을 멈췄고 32곳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과 고금리로 인한 국내 건설 경기 침체, 미국의 무역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 고비용, 저효율 설비를 정리하는 구조적 다이어트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 불안과 더불어 지역 상권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포항 중앙상가의 공실률이 70%에 육박한다는 통계는 '낙수 효과'가 사라진 자리에 '낙수 피해'만이 남았음을 보여주고 있어 포항시의 어려움과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3) 지역산업 생태계의 취약
포항은 POSCO 등 대기업 중심의 단일 산업 구조와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재무 여력 한계, 신규 투자 및 인력 유입 둔화, 청년 인구 유출 가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면서 “산업–고용–인구”의 악순환 고리가 고착화되고 있다.
또한 EU CBAM, 글로벌 공급망의 Scope 3 요구, 국내 ETS 4기 진입 등으로 인해 탄소비용과 전력 및 에너지 비용, 환경·안전 규제 비용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포항 철강기업의 원가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POSCO는 수소환원·전기로·저탄소 공정 전환, AX/DX를 추진하고 있으나, 포항지역의 중소 협력사는 전환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산업 전환의 속도 격차가 지역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직면해있는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순환이나 일시적 수요 둔화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되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즉, “철강 생산량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철강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서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이는 지역산업 전략의 전면적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4) 포항·광양·당진 3대 철강도시의 강·약점 비교분석
그러면 한국의 대표적인 철강도시인 포항, 광양, 당진시는 어떤 면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각각 대표적인 철강기업으로 포항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광양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당진에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위치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고로중심의 설비인 반면, 당진제철소는 고로와 전기로가 혼재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 기술 적용 측면에서 당진제철소가 전기로를 기존에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전환비용에 따른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의 최대 강점은 포항공대, RIST, POMIA 등 우수한 인력과 R&D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광양시는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실증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당진시의 경우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요약하면 포항은 ‘기술·실증 중심’의 넷제로 전환 거점으로서 최적인 반면에 공간/인프라 병목 관리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광양은: ‘항만·대규모 운영 최적화 + 그린원료/수출 인증’에 강점이 있는 반면에 탄소배출량이 크다는 측면에서 탄소중립관련 규제노출이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당진은 ‘내수 수요처 연계 + EAF 확대/증설’에 상대적인 강점이 있는 반면에 전력망·전력비·원료조달이 성패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해볼 때 필자의 견해로는 3개 철강도시의 역할 분담을 한다면 포항은 기술 중심, 광양은 물류 및 수출 중심, 당진은 구조적 감축(EAF)에 최적화된 역할 분담에 의한 ‘탄소중립 철강 클러스터 구축’이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서 국내 철강산업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포항시 입장에서는 발표된 ‘K-스틸 특별법’에서 제시한 사업재편 특례(M&A, 감산, 공동생산 등)의 영향으로 포항시에 있는 관련 기업들이 광양으로 생산 중심이 이동되거나 수도권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산업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광양, 당진에 비해 상대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3. 해외 철강도시 위기극복 사례
1) 미국 피츠버그(Pittsburgh)
◇ 배경 : 1980년대 철강산업 붕괴로 실업률 17% 이상, 대규모 제철소 폐쇄, 인구 유출, 도시 기능 약화
◇ 대응 전략 :
- 산업 패러다임 전환 : 철강 → 교육·의료(Eds & Meds), AI, 로보틱스, 헬스케어 중심, 카네기멜런대(CMU), 피츠버그대(UPitt)를 혁신 허브로 활용
- 민간 주도 거버넌스 : 지역 CEO 중심의 민관 협력기구 Allegheny Conference on Community Development(ACCD) 설립, 기업이 직접 투자 유치·일자리 창출 주도
◇ 성과 :
- 교육·의료 부문 고용 27.5만 명, 지역 최대 고용원
- 실업률 3.9% (미국 평균 수준)
- 연간 161억 달러 투자 유치, 1.8만 개 일자리 창출
◇ 한계 및 시사점 :
- 기술직–저임금 서비스직 간 소득 양극화 심화
- 제조업 일자리의 완전 대체는 불가능
- 시사점 : 산업 전환과 함께 ‘사회적 포용 설계’가 필수
2) 독일 루르(Ruhr) 지역
◇ 배경 :석탄·철강 쇠퇴로 광역 실업 및 환경 훼손, 단일 도시 차원에서 해결 불가능한 구조적
◇ 핵심 대응 전략 :
- 광역 거버넌스 구축 : 53개 지자체를 아우르는 루르지역발전협회(RVR) 설립, 환경 복원, 교통, 산업 입지 전략을 통합 관리
- 국가·주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 : 석탄·철강 단계적 축소를 전제로 장기 지원
- 수소 중심 산업 재편 : ‘Hydrogen Metropole Ruhr(HyMR)’ 추진. 기존 가스 파이프라인을 수소망으로 전환. 철강·에너지 기업(RWE, thyssenkrupp 등) 연계
◇ 성과 :
- 대규모 사회적 혼란 없이 산업 구조 전환
- 녹색·수소 관련 일자리 12만 7천 개(2019년 기준) 창출
- 환경 개선 및 기반시설 현대화
◇ 한계 및 시사점 :
- 핵심 도시 실업률 “10~13%”로 여전히 높음
- 녹색 일자리가 과거 제조업 고용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함
- 시사점 : ‘속도는 느리지만 충격을 흡수하는 전환’ 모델
3) 일본 기타큐슈(Kitakyushu)
◇ 위기 배경 : 고도성장기 철강·화학 산업 집중 → 심각한 공해, 산업 성숙 이후 인구 감소·고령화 가속
◇ 핵심 대응 전략 :
- 에코타운(Eco-Town) 전략 : 제철·화학 공정 기술을 폐기물 처리·리사이클링에 전환, 기존 산업기술의 ‘경로 의존성’을 긍정적으로 활용
- 환경 기술의 상업화 : 공해 극복 경험을 기술·컨설팅·플랜트 사업으로 수출
- 재생에너지 확장 : 해상 풍력 단지 조성, 에너지 전환 거점화
◇ 성과
- 누적 투자 유치 약 660억 엔
- 환경 산업 특화 도시로 국제적 인지도 확보
◇ 한계 및 시사점 :
- 초고령화·인구 감소 지속
- 산업 성과가 도시 활력 회복으로 직결되지는 않음
- 시사점 : 기존 철강 기술을 ‘폐기하지 않고 전환’한 사례
4) 포항시에 대한 시사점
해외 철강도시 위기극복 사례에서 주는 시사점으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가 있다. “철강만 대체하는 것으로는 해법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즉 “완전한 탈(脫)철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갖추고 있는 철강 자산을 활용한 수소환원제철, 그린스틸, 에너지 연계 산업 등 산업전환이 핵심이라는 점과 민관 거버넌스 없이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직무 전환, 재교육,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과 같은 고용 충격 완화장치가 필수라는 것을 해외 철강도시 위기극복 사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4. 생존을 위한 기술 전쟁 : HyREX와 그린 스틸
1)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 수소환원제철, 선택이 아닌 필수
위기 극복의 핵심 열쇠는 결국 ‘초격차 기술’이다.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글로벌 철강사들은 '그린 스틸' 생산을 위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HyREX(하이렉스)’는 글로벌 철강 패권 경쟁의 승부수다. 경쟁사인 유럽과 일본이 고가의 펠릿(Pellet)을 원료로 사용하는 샤프트(Shaft) 방식을 채택한 반면, HyREX는 저렴한 분광(가루 형태 철광석)을 직접 사용할 수 있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2026년 데모 플랜트 착공을 시작으로 2050년까지 완전 상용화를 달성한다면, 한국은 탄소중립 시대의 ‘기술 표준 보유국’이 될 것이다.
포스코는 독자적인 파이넥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HyREX(Hydrogen Reduction Ironmaking)' 기술을 개발 중이다. 경쟁사의 샤프트 방식이 고가의 펠릿(Pellet)을 원료로 써야 하는 반면, HyREX는 저렴한 가루 형태의 분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앞설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2026년 포항제철소 내에 데모 플랜트를 착공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2) 전기로의 고도화와 딜레마
당면한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전기로(EAF)다. 현대제철은 'Hy-Cube' 기술을 통해 스크랩뿐만 아니라 용선, 직접환원철 등 다양한 원료를 유연하게 투입하여 고품질 판재류를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장벽 못지않게 비용 문제가 심각하다. 수소환원제철 등 신기술로 생산된 그린 스틸은 기존 방식 대비 생산 원가가 30~50% 이상 높다. 또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 3년간 60% 이상 급등하면서, 전력 다소비 산업인 철강업의 원가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는 상황이다.
3) 해외 경쟁사들의 움직임
유럽의 아르셀로미탈과 티센크루프는 높은 에너지 비용 문제로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반면 일본의 일본제철은 고로에 수소를 취입하는 'COURSE50' 기술2 대형 전기로 도입을 병행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중국의 바오우강철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기반 샤프트로 상업 가동을 시작하며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다.
5. 포항시 위기 극복의 청사진: 4대 전략방향 제시
포항형 하이브리드 전략 : R&D, 거버넌스, 정의로운 전환
해외 사례에서 보았듯이 피츠버그가 철강 도시에서 교육과 의료 중심의 ‘Eds and Meds’ 도시로 변모했듯, 포항도 ‘철강 중심의 산업구조(Monoculture)’를 혁신해야 한다. 다행히 포항에는 ‘포스텍(POSTECH)’과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POMIA(포항소재산업진흥원)‘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R&D 인프라와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있다. 따라서 철강과 이차전지, 수소 산업이 서로 연결되는 ‘순환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제철소의 부생수소를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의 에너지원으로 공급하고, 철강 부산물을 이차전지 소재로 활용하는 식이다.
또한, ‘철강·금속 DX 실증센터’를 거점으로 중소 철강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AX/DX)을 지원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허리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산업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숙련공들을 위해 ‘직무 전환 아카데미’를 운영해야 한다. 이들의 노하우를 이차전지나 스마트 팩토리 유지보수 등 신산업 분야로 연결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지역 사회의 붕괴를 막는 안전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항시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미국 피츠버그의 기술 혁신, 독일 루르의 사회적 포용, 일본 기타큐슈의 환경 거버넌스를 융합한 '포항형 3-Track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4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략 1] ‘철강 모노컬처’ 탈피 : ‘융•복합 신소재 클러스터’ 구축과 ‘인공섬’ 프로젝트
포항시는 철강도시라는 이미지와 POSCO라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기반으로 '융•복합 신소재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금속 및 소재 물성데이터(Big Data)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새로운 소재 개발과 제품개발에 활용하는 인공자능(AI) 빅데이터 기반의 융•복한 신소재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철강 부산물과 이차전지, 수소 산업 등과 연계해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공섬 프로젝트는 '포항 그린 스틸 아일랜드(Pohang Green Island)' 건설이다. 포항 인근 바다에 부유식으로 인공섬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이다. 인공섬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Zone A), 해양 레저타운(Zone B), 철강 홍보 테마파크인 스틸 파크(Zone C)가 결합된 미래형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인공섬 건설을 통해 건설에 필요한 강재수요로 인해 신규 철강수요 창출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의해 생산된 전력을 포항시로 공급하게 될 경우,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다른 측면에서 인공섬 건설은 수소환원제철기술 완성을 위해서는 실증플랜트 건설과 상용화를 위한 물리적 공간이 필수적이다. 기존 고로를 가동하면서 새로운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지어야 하기 떄문에 이에 대한 해법으로 영일만 공유수면을 매립해 인공섬을 조성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으로 제시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도 인공섬은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닌 태양광과 풍력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Zone A), 철강의 우수성을 체험하는 스틸 파크(Zone B), 그리고 해양 관광자원과 연계된 레저타운(Zone C)이 결합된 복합 랜드마크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포항의 부족한 산업 용지 해결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제철소의 글로벌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이를 국가전략기술 사업으로 지정하여 인허가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원하고, 환경단체 및 지역 주민과는 투명한 데이터 공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전략 2] 차별화 및 방어 : WTP(World Top Premium) 제품 확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서 범용재 비중을 줄이고, 기술 장벽이 높은 '월드 톱 프리미엄(World Top Premium)' 제품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한다. 기가스틸, 극저온용 후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인도와 아세안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기술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해오던 ‘소재중심의 제품개발 R&D 전략’과 별도로 기존 제품을 융·복합 기술을 이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인 기능성 제품, 스마트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을 위한 ‘융·복합 기술에 의한 제품개발 R&D 전략’을 포함하는 ‘2-Track R&D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그동안 집중되어 온 미국, 유럽, 중국 중심의 수출전략에서 벗어나 수출지역 다변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해외 시장조사 및 마케팅전략 컨설팅 지원을 통해 수출지역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전략 3] 구조적 고도화 : 스마트 산단과 AX/DX 확산
스마트 산단이란 조성된 지 50년이 지나 노후화된 포항철강산단을 인공지능(AI)과 IoT, 5G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안전, 물류, 에너지가 통합 관리되는 '스마트 그린 산단'으로 조성하여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지능형 산단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스마트 산단은 인공지능(AI), 드론, IoT센서 등을 활용하여 실시간 통합 관제 센터 운영(안전 및 환경)을 고도화하고, 5G 특화망(물류 및 공정)을 구축하여 자율주행 물류 로봇, 원격 제어 시스템, AR/VR 기반의 설비 점검 등의 미래형 산업 서비스를 구현한다. 또한 ESS, 태양광 발전, 수소연료전지 등을 이용하여 산단 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 전환(AX/DX)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생산성 혁신, 안전 확보, 탄소 규제 대응, 그리고 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며, 노후화된 산업 생태계를 ‘스마트·친환경 단지’로 개조하고 인력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수단이다. 인구 감소와 숙련공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AX/DX)이 필수적이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으로 공정 및 설비를 지능화하여 생산성을 혁신하고, AI기반의 설비예지보전 등을 통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은퇴 인력의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공정 효율화와 안전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포항제철소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등대공장’으로서 이미 AI 기반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PoscoDX, 포스텍(POSTECH) 등 강력한 디지털 혁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기술을 포항철강산단의 중소기업들에게 보급. 확산을 통해서 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전반적인 포항 철강산업의 고도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략 4] 생존 기반 확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컨트롤타워
우선적으로 민관합동 '원스톱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를 상설화하여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신속한 금융지원, 애로사항 해결, 시장조사, 마케팅전략 및 탄소중립, AX/DX 등과 관련된 컨설팅 지원 등이 이루어지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모든 철강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언급하는 사안은 바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이다.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내 기업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을 법제화하거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인하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와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에 발표된 ‘K-Steel 특별법’을 살펴보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국가 전력망•전력수급계획’에 대한 언급만 되어 있을 뿐이다. 아마도 기재부, 한전, 전기사업법 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전력 수급 및 인프라까지는 법률로 정하되, 요금문제는 시행령이나 행정계획, 별도 정책으로 넘기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나? 판단된다. 따라서 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방안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정리하여 추후 별도 기고를 통해 보다 상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6. 결언: 포항의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철강이 무너지면 제조업이 무너진다”
포항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제조업의 위기다. 철강이 흔들리면 자동차도, 조선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산업의 골격을 다시 세우는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포항은 ‘철강 도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그린 에너지 소재 허브’라는 새 옷을 입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4대 전략 방향에 맞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중점 추진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포항이 대한민국의 산업 대전환을 이끄는 심장으로 다시 한번 힘차게 뛰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피츠버그의 교훈과 포항의 선택”
미국 피츠버그는 1980년대 철강 산업 붕괴로 실업률이 17%까지 치솟았으나, 대학과 병원을 중심으로 한 'Eds and Meds' 전략으로 AI와 로보틱스 도시로 변모했다. 독일 루르 지역은 석탄·철강 산업의 쇠퇴를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문화 산업 육성으로 극복했다. 포항은 지금 이들 도시가 겪었던 유사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하지만 포항은 허허벌판에서 영일만의 기적을 일궈낸 강한 DNA를 가지고 있다. 2025년의 위기는 과거의 방식과는 결별하고 미래로 나아가라는 강력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포항시는 다가올 미래를 결정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포항 철강산업은 '기술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첫째, HyREX 기술의 조기 상용화와 국제 표준 선점이다. 둘째,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WTP)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셋째, 민·관·산·학이 하나 된 ‘원팀(One-Team)’ 거버넌스의 구축이다.
HyREX 기술의 조기 상용화와 정부의 과감한 에너지 비용 지원이 어우러질 때, 포항은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아닌 '글로벌 그린 에너지 소재 허브'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26년은 포항의 미래 50년을 결정짓는 운명의 해가 될 것이다.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