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목상대(刮目相對)는 ‘삼국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원문은 刮目相待지만 한국에서는 刮目相對, 중국에서는 刮目相看(괄목상간)으로 쓰인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대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학식이나 재주가 깜짝 놀랄 만큼 늘었음을 의미한다.
삼국 시대 동오 여몽이 과거보다 학식이 매우 해박해진 모습에 노숙이 놀라자 여몽이 “선비란 사흘만 떨어져도 눈을 비비며 다시 대해야 합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이 일화에서 수불석권(手不釋卷), 오하아몽(吳下阿蒙)이란 고사성어도 함께 생겼다.
겉 뜻은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 다시 본다는 뜻이다. 한동안 못 보던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너무 달라져 있어서 다시 확인하듯 쳐다보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속 뜻은 상대의 발전과 성장을 인정하며 존경을 보내는 마음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보고 단순히 놀라는 게 아니라 그동안 노력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말속엔 ‘상대의 노력에 대한 존중’과 ‘겸손하게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함께 담겨 있다.
요즘에도 이 표현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자신을 가꾸고 실력도 쌓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다면 “정말 괄목상대 했어”라고 말한다.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의 발전이나 기술 혁신에도 비유할 수 있는 표현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한 사람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다. 누구나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고 그 변화는 누군가의 시선을 다시 머물게 한다.
반도체 하면 삼성전자가 먼저 떠오른다. 어마한 매출과 영업이익 덕분에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지난해 매출이 무려 333조6,059억 원이었다. 영업이익도 43조6,011억 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바람을 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 어느 기업도 따라갈 수 없는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매출 규모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를 넘어선 업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회사의 알짜 경영에 많은 사람이 놀라고 있다.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제친 기업은 2인자로 불리던 SK하이닉스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7조2,063억 원이었다. 과감한 선행 투자와 기술 개발이 주효했다. 이런 사상 최대 실적의 바탕에는 인공지능(Al)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투자와 데이터센터를 늘리면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디(D)램 수요가 폭증했다. 영업이익률이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TSMC와 2%포인트 이내로 격차를 줄인 것은 더욱 자랑스럽다.
SK하이닉스의 괄목상대한 눈부신 성장 배경에는 지속적인 투자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2∼70%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선전이 일등공신이다. 이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회사는 HBM3E(5세대·현 주력 제품)와 HBM4(6세대·차세대 제품)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계 유일 업체이다.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 우위는 물론이고 품질 검증과 양산 역량 강화에 나선 결과다 AI로 재편되는 수요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눈을 씻고 보아도 우리 철강업계는 괄목상대한 성장을 이룬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수요를 견인한 반도체 업체와 같은 수요처가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또 한 번 퀀텀 점프를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 기술 개발과 투자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몇몇 대기업들이 사업 다양화와 해외 진출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도 이 점을 본받아야 한다. 피나는 노력 없이는 회사의 발전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규모가 되지 않으면 질적인 성장이라도 이루어야 한다. 만년 2인자 소리를 듣던 SK하이닉스가 좋은 본보기다. 이 회사가 이룬 성과는 혁명과도 같다. 깜짝 성장 배경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아도 개인이든 회사든 성공한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결과가 괄목상대한 것이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지난해 영업이익이 처음 삼성전자를 넘어선 SK하이닉스가 깨우쳐 주고 있다. 우리 업계가 특히 본받아야 하고 실천해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