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얼마나 오래 갈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지나던 길이다. 세계 에너지의 3분의 1이 그 길 위에 있었다.
이란은 정유시설 등 인프라의 폭격에 맞불을 놓고, 주변 국가는 불똥을 피하지 못한다. 하나의 공격이 또 다른 보복을 낳고, 악순환은 국경을 넘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경고하듯, 유가는 단기 급등을 넘어 장기 불안정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1979년의 2차 오일쇼크가 다시 반복될까?
당시의 사례는 뚜렷하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석유 생산이 급감하고 수출이 중단되자, OPEC은 공급 부족을 기회로 가격을 세 배 가까이 올렸다. 배럴당 13달러 하던 유가가 1980년에 40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고,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하던 구조 속에서 -1.5%의 마이너스 성장과 28.7%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산업화의 속도가 멈추고, 체질이 취약한 경제는 외부 충격에 휘청거렸다.
2026년의 한국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원유 수입의 70%, LNG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흐름이 막히면 공급단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동반 상승한다.
에너지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 수요가 폭증하면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보다 더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연쇄적으로 올라가는 코스트 푸시 인플레이션이다.
문제는 산업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은 에너지를 많이 먹는다. 석유화학은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역마진에 빠지고, 공장을 세우는 회사가 생긴다. 벌써 일부 석유화학제품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또 물류비 상승은 제조업 단가를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생산 차질, 수출 감소, 고용 위축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거시경제 지표도 예외가 아니다. OECD가 이미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췄지만,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잠재성장률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만성 적자로 전환할 것이다.
물가가 상승하는데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소득 감소 섹터’가 확대되며, 내수는 냉각되고 체감경기는 급속히 얼어붙는다.
에너지 비용은 곧 사회비용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급증하면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생활비 부담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고, 기업의 경영비용을 높인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에너지 빈곤층의 확대와 소비위축을 통해 경제 전반의 ‘디플레이션형 불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품목은 배급제로 전환되고, 대중교통 이용이 강제되며, 에너지 절약을 위한 '자발적 불편'이 아닌 '생존형 절제'가 일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한국은 중동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고, 다변화 전략을 가속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긴급 공급을 찾고 장기 계약을 빨리 맺어야 한다.
이제 국가도, 기업도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 위기를 예측하고 미리 움직여야 한다. 위기는 불행만이 아니다. 고통은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된다. 대응의 속도는 곧 생명선이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단순한 유가 불안이 아니다. 지정학적 패권의 변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변곡점이다. 에너지 공급이 외교·안보·경제를 포괄하는 복합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한국은 ‘수입국형 취약성’을 벗어나 ‘에너지 생산·관리형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