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50만 원이라는 작은 자본으로 무역회사를 시작한 한 젊은 여성이 있었다. 시대를 원망하는 대신 스스로 길을 냈고, 마침내 사업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하루 네 시간도 채 자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은 결국 건강의 붕괴로 되돌아왔다. 저자 천월순은 그 무너짐 앞에서 비로소 묻는다. "어떻게 잃어버린 삶의 방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책 『먹고 기도하고, 살아라』(북오션)는 그 질문에서 출발해, 라온오가닉 대표이자 가족상담전문가로 살아온 한 여성이 27년에 걸쳐 몸과 마음, 음식과 인간을 관통하며 얻은 깨달음의 기록이다.
이 책이 여느 건강 에세이와 다른 지점은, 저자가 몸의 회복만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몸이 나은 뒤에도 3년간 약물로도 풀리지 않던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그는 심리 공부를 통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인간은 몸만 병드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통찰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흔들리고, 마음이 상하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식이요법서이자 동시에 치유 심리서이며, 한 인간의 신앙 고백이기도 하다.
책은 네 개의 축으로 짜여 있다. 1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은 관계와 태도, 자존의 문제를 다루고, 2부 '음식은 운명이 된다'는 음식 문맹의 시대를 진단하며 인류사와 문학, 세계사 속 음식 이야기를 폭넓게 펼쳐 보인다. 3부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울 것인가'에서는 병은 약이 아니라 밥상에서 고쳐진다는 저자의 오랜 신념이, 4부 '돈보다 사람을, 성공보다 사명을'에서는 "바른 먹거리가 아니라면 팔지도 먹지도 않는다"는 경영 철학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2024년 겨울, 갑작스러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숨이 멎던 순간 "예수님, 오늘 저를 데려가시는 것입니까"라고 조용히 기도했다는 저자의 고백은, 책 전체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저자가 붙들어온 원칙은 사실 단순하다.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고, 인간의 탐욕이 덜 개입된 먹거리를 선택하며, 음식 속에 담긴 생명의 질서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은혜와 감사가 있다. 물과 바람, 햇빛과 흙, 농부의 땀과 요리하는 이의 정성이 스며든 한 끼야말로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는 순간이라는 시선은, 히포크라테스의 오래된 격언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기 어렵다”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쓴 것과 다름없다.
이 책은 완성된 정답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저자 스스로 밝히듯 "넘어지고 아파하며 다시 일어선 한 사람의 기록이자 부족한 글"이다. 그러나 바로 그 부족함과 진솔함이 이 책의 힘이다. 하루 네 시간의 잠으로 몸을 갈아 넣으며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밥상머리에서 무너진 것이 성적이 아니라 '사람'이었음을 일깨우는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초대장이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