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기버(Giver)의 힘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기버(Giver)의 힘
  • 김진혁
  • 승인 2026.11.03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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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성경에 기록된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종교적 가르침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원리이며, 성공의 철학, 행복의 비밀이다.

우리는 경쟁에서 이겨야 성공한다고 배워 왔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더 빨리 앞서가는 사람이 승자라고 믿는다. 그러나 역사는 늘 다른 답을 들려준다.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은 이들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나눈 사람들이었다.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기브 앤 테이크』에서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눈다.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는 테이커(Taker), 주고받는 것을 저울에 달아 균형을 맞추는 매처(Matcher), 그리고 대가를 따지기 전에 먼저 베푸는 기버(Giver)다. 그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기버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물론 이야기의 반쪽일 뿐이다. 같은 연구에서 사다리의 맨 아래에도 기버가 많았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무조건 내어 주기만 하는 사람은 지치고 쓰러진다. 정상에 오른 기버는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을 성장시킬 줄 아는, 지혜로운 기버였다. 그들은 순진하게 퍼 주는 사람이 아닌 무엇을 어떻게 건넬지 아는 사람들이다.

왜 그럴까. 사람은 계산보다 진심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고 평판은 광고로 만들 수 없다. 인간의 마음은 진심 어린 친절과 배려를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베풂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값진 투자다. 그것도 통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맡기는 투자다.

자연이 가르쳐 주는 것

자연은 이 이치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 준다. 사과나무는 자신이 맺은 열매를 먹지 않는다. 강은 자기 자신을 위해 흐르지 않고, 태양은 스스로 위해 빛나지 않는다. 자연의 위대한 존재들은 하나같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자신을 쓴다. 자신만을 위해 살 때보다 타인을 위해 살아갈 때 더 큰 존재가 된다. 움켜쥔 손은 자기 한 줌만큼의 크기로 남지만, 펼친 손은 닿는 모든 곳만큼 커진다.

삶으로 증명한 사람들 중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신학과 철학, 음악에서 이미 명성을 얻었고 안정된 앞길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서른 즈음에 의학을 새로 공부해 의사가 되었고, 아프리카 가봉의 랑바레네에 병원을 세워 평생 환자들을 돌보았다. 훗날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그의 이름이 지금까지 존경받는 이유는 상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베풀었는가이다.

현대에도 기버의 철학은 이어진다. 빌 게이츠는 막대한 재산을 교육과 질병 퇴치, 빈곤 해결에 쏟고 있고, 워런 버핏은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실제로 재산의 상당 부분을 들여 수천 개의 도서관을 세웠다. 그들은 돈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의 대상으로 보았다. 진정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나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세상을 지탱하는 기버는 유명한 이들만이 아닌 이름 없는 기버들도 많다. 환경미화원, 소방관, 교사, 이웃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위에서 움직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 의료진은 자신의 안전보다 환자의 생명을 먼저 생각했다. 많은 시민들은 도시락을 만들고 방역을 도왔다. 두려움이 도시를 덮었을 때 공동체를 버티게 한 것은 권력이 아닌 이름 없는 기버들의 손길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베푸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여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버는 가장 큰 자산인 신뢰를 쌓는다.

심리학은 이를 호혜성의 원리로 설명한다. 사람은 받은 선의를 기억하고, 언젠가 갚으려는 마음을 품는다. 진심은 때로 돌고 돌아 뜻밖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물론 돌려받기 위해 베푸는 것은 계산일 뿐 베풂이 아니다. 베풂의 아름다움은 돌려받지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 곁에는 사람이 모인다.

행복 연구 역시 같은 결론에 이른다. 자기만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보다 타인을 위해 쓸 때 더 깊고 오래가는 행복을 느낀다는 연구들이 있다. 행복은 소유에서 솟는 감정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서 피어나는 열매다.

기버란 무엇인가? 단지 돈을 기부하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간을 나누고, 지식을 나누고, 용기를 건네고, 희망을 심는 사람이다. 지친 동료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후배에게 아낌없이 전하는 경험, 자녀에게 쏟는 부모의 사랑, 친구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마음이 모두 기버의 모습이다. 이렇게 작은 나눔이 모여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기버는 단순히 착한 사람도 아니다. 상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고, 알맞은 순간에 도움을 건네는 사람이다. 필요하지 않은 호의는 짐이 되고, 때를 놓친 도움은 헛되다. 그래서 베풂에는 마음과 함께 눈과 지혜가 필요하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 -탈무드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나로 인해 미소 지었던 사람들의 얼굴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쟁자가 아니라 더 많은 기버다.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상처를 감싸고,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따뜻하고 건강해진다. 그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닌 오늘 마주친 한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마음이다. 기꺼이 내어 준 위대함이 세상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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