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철강협회(WSA)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조강생산량은 18억8,000만톤으로 지난 2021년 19억6,300만톤을 기록한 이후 소폭씩 감소하는 경향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53.3%로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뒤를 이어 인도, 일본, 미국, 러시아 순이었으며 한국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세계 10대 철강기업 중에서 중국 기업이 6개를 차지하고 있고, 50대 철강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중국 업체가 27개를 차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공격적인 글로벌 M&A 추진을 통해서 몸집을 키워 상당 기간 철강생산량에서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해 오던 ArcelorMittal은 2020년 이후 그 자리를 중국 ‘보무강철그룹’에 물려 주었다. 2024년 조강 생산량은 6,500만톤에 그침으로써 1억3천만톤을 기록한 ‘보무강철그룹’의 50%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중국 철강기업들의 대형화 추세는 중국 정부 주도의 철강산업 발전정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민간 철강회사들이 추진한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의 목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본제철’이 미국 US Steel의 경영권 확보에 성공하였다. 경영권 인수 금액 149억달러 외에 신규 설비투자에도 14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속함으로써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딜이 성사된 것이다. 1901년에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간 사이에 진행된 대형 철강회사 ‘카네기스틸’에 대한 매각/인수 협상을 통해서 탄생한 철강회사가 바로 US Steel이다. 한때 US Steel은 미국 내 철강 생산량의 65%를 차지할 정도의 초대형 철강회사로 성장하여 미국 경제 및 산업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였지만, 지속적인 경쟁력 후퇴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 과정에서 오일 산업에 대한 경영 다각화 및 지속적인 철강부문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경영실적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실패하고 이제 12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철강산업의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이번 ‘일본제철’의 US Steel의 경영권 인수와 같은 대형 철강회사에 대한 M&A는 한계에 이르는 등 철강업계의 ‘대형화 경쟁’ 양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글로벌 철강업계의 ‘대형화 경쟁’의 양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첫째는 철강 제품 및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무역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일반관세 및 품목별 관세 인상 압박 조치가 어떠한 형태로 결론이 나더라도 향후 불가피하게 글로벌 철강업계의 경영전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2024년 세계 철강재 직접 무역량은 4.5억톤으로 전체 철강재 생산 량의 1/4 규모에 달하고 있으며,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 제품의 수출입을 통한 철강재 간접무역량도 직접 무역량의 약 3/4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 중심의 관세 인상 조치는 불가피하게 각국의 무역규제 조치 강화로 이어지고 글로벌 철강재 무역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향후 글로벌 철강업계의 M&A 활동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둘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럽연합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철강 제품 및 철강 수요산업 제품의 글로벌 무역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셋째는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서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차원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활동 역시 관련 기술개발의 어려움과 각 철강회사 간의 기술 격차 발생 및 막대한 소요 자금의 조달 부담 등을 고려하면 이 문제 역시 향후 글로벌 철강업계의 M&A 활동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종합해 보면 철강무역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개발 및 실용화에 주력해야 하는 글로벌 철강업계로서는 대규모 M&A 추진 문제를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서 밀어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연간 2,800만 톤에 달하는 철강재를 직접 수출하고 자동차, 조선 등을 통해서 많은 철강재를 간접 수출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로서도 이러한 ‘대형화 경쟁’ 양상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향후 성장성이 예상되는 철강 시장을 중심으로 한 직접 설비투자 및 제한적인 소규모 M&A 추진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