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영향과 대책은?
[특별기고]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영향과 대책은?
  • 손영욱
  • 승인 2025.08.19 0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 (전 포스리 연구위원)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 (전 포스리 연구위원)

◆ 품목관세 50% 그대로…수출 가격경쟁력 ‘상실’

며칠 전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등에 부과된 품목관세 50%에 대한 관세율은 변화없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 상호관세 25%를 15%로 줄였다는 것 외에는 없다. 언론에는 연일 자동차 관세와 쌀, 쇠고기 개방 여부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다. 결국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등 품목관세에 대한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는 결론인데 문제는 철강제품이 50% 관세를 물고 수출하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장 이번 달부터 거의 수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정작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에 대한 협상 결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서 철강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과 함께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심각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린다고 발표한 이후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이 급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내부적으로 25% 관세율 수준에서는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나 50%가 되면 사실상 수출을 할 수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현재 열연강판의 경우 판매가가 톤당 83만원인데 미국으로 수출을 할 경우, 품목관세 50%와 물류비를 반영하면 톤당 130만원이 되는데 이것은 사실상 미국 내에서 가격경쟁력을 거의 상실한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이번 관세협상 결과에서 한국이 EU, 일본과 동일한 15% 상호관세를 받아내어 성공적인 협상 결과라고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미 한국은 미국 수출차에 대해 한미 FTA에 의해서 무관세였지만 일본은 기존에 2.5%의 관세를 물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같은 15% 관세를 물게 될 경우 우리는 15%로 오른 반면, 일본은 12.5%가 오른 결과이다. 결코 우리가 유리한 협상 결과를 가져온게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현대차와 일본 자동차사와 비교하면 일본 자동차사는 이미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현대차보다 높다. 도요타자동차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52.3%, 혼다는 80.3%, 닛산은 63.6%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약 4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곧 우리가 15% 관세를 물고 수출하는 양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가 되어 결코 유리한 결과를 얻어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 수출감소 영향은 철강산업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자동차 수출감소는 철강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산업의 쌀 ‘철강’…국가 기간산업으로 보호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모든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소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철강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모든 국가들이 매우 중요하게 관리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철강산업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품목으로 보고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를 적용하여 철강 및 알루미늄, 구리 등에 대해 별도 품목관세를 부과하며 국가가 나서서 주요 국가 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에 철강산업이 무너질 경우, 철강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 가전, 조선, 건설산업 등 수요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게 된다. 철강산업의 주요 수요산업들이 값싸고 양질의 철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경쟁력을 갖춰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철강산업은 여러 수요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철강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사실상 박정희 대통령 때 박태준 회장을 통해 POSCO라는 철강회사를 만들어 안정적인 철강 공급기반을 만든 것이 그동안 한국 경제발전에 매우 크게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현재 동남아 등 개발도상 국가들이 자국의 제철소를 건설하고자 하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철강은 바로 산업의 쌀이기 때문이다.
 

◆ 품목관세 50% 대안 찾아야…수출쿼터제 ‘최선’

그러면 현재 부과되어 있는 철강 품목관세 50%를 미국과 협상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필자의 견해로는 향후 추가적인 협상 과정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철강, 알루미늄, 구리 품목관세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낮추는 것은 당장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마지노선의 대안으로 트럼프 1기 때와 같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수출물량 쿼터제로 양보를 받는 전략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 트럼프 1기 정부 때는 미국 측에서 ‘수출물량 제한’과 ‘24% 특별관세 부과’, ‘특정국(12개국, 한국 포함)에 대한 53% 특별관세 부과’라는 3가지 권고안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당시 대통령 권한으로 특정 국가 또는 제품에 대한 쿼터나 관세 면제 결정권과 상무부 장관과의 협의를 통해 수입품목의 미국 생산부족 문제 제기를 통해 관세 적용 제외 결정을 받을 수 있는 2가지 옵션이 있었다. 당시 한국은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극적으로 2가지 옵션 중 대통령 결정권한에 의해 수출물량 제한(쿼터제)을 적용받는 것으로 최종 결과를 얻어낸 바가 있다. 그 결과, 작년까지 연 276만톤 수출물량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받고 추가하는 수출물량에 대해서만 추가 관세를 내는 것으로 적용받아오고 있었다. 작년 기준, 수출쿼터량 276만톤 중 강관이 109만톤으로 약 40%를 차지하고 있고, 판재류가 132만톤으로 약 48%, 봉형강류가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미국과의 추가 협상과정에서 수출쿼터제라도 양보를 받아내는 협상전략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 철강산업 위기, 포항시 ‘경기 침체’가 서막

하지만 현재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는 예견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더 심각한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철강 도시인 포항시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포항은 POSCO와 현대제철 등 철강회사가 포항경제를 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철강도시이기 때문에 철강산업의 침체가 바로 포항지역 경제에 직격탄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인 것이다.

포항철강산단관리공단 발표 자료에 따르면, 포항시의 철강산업 설비 가동률이 ‘24년도 기준으로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황기 때 90%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2025년도 1월~4월 기간 중 포항철강산단 생산액이 4조6,63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9%가 줄은 것으로 나타나 ‘24년도에 9.4%가 줄은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포항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철강을 소재로 사용하는 자동차, 가전, 조선/해양, 건설산업과 같은 주요 철강 수요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한국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포항의 주요 철강기업 상황을 살펴보면 POSCO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내 1제강공장을, 11월에는 1선재공장을 이미 폐쇄한 바가 있으며,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1, 2공장 폐쇄와 1공장의 중기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 1, 2공장의 주 생산 품목은 중장비용 무한궤도, 철근, H형강과 같은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와 저가 중국산 철강재 수입 증가로 인한 수익성 감소 영향이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코스틸은 연강선재가 주력 생산제품인데 이 품목 역시 건축, 토목 등 건설산업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철근, 봉·형강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5월 29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받은 상태이며, 일체형 데크플레이트 생산설비 및 사업부를 매각하고 제조중심에서 유통 전문회사로 전환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포항시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은 주력 철강기업들의 공장 폐쇄와 가동 부진으로 인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포항이 철강 중심 도시로서 유지해온 철강산업단지의 Supply Chain이 연쇄적으로 붕괴되어 포항시의 산업 생태계가 파괴되는 국면에 이르게 되는 심각한 위험을 알리는 서막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 입장에서는 세수의 급격한 감소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곧 포항지역 시민들의 소비감소에 따라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포항 시내를 나가보면 상가 공실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며, 식당에는 손님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 필자가 포항을 내려가 보면 과거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던 시내 번화가가 6시가 넘어가면 일찍 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금방 암흑가로 변해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회사에서 자주 하던 회식 자리도 거의 없어지고 모임도 줄고 하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4년도 기준으로 포항지역 폐업률이 소매업 13.3%, 음식점(주점업) 12.7%로 집계되었습니다. 포항시 인구도 계속적으로 줄고 있어 ‘24년도말 기준 49만명으로 간신히 버텨왔던 50만명 선도 이미 무너졌고, 외주협력사도 수주물량이 줄면서 공장 가동을 멈추고, 철강제품을 운송하던 화물차들도 쉬고 있는 차들이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포항이 멈춘 듯한 모습이다.
 

◆ 철강산업 ’3중고‘에 환경 변화·기술 문제 겹쳐

한국의 철강산업이 이런 지경까지 온 것은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과 저가 중국산 수입 철강재의 범람 그리고 국내 인플레이션 및 경제침체 심화, 건설경기 침체의 장기화, 국내 인프라 투자 축소를 들 수 있다. 거기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수출 어려움 가중과 최근 미국 트럼프 50% 품목관세 부과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어려움이 더욱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철강산업의 주요 위기 요인
철강산업의 주요 위기 요인

철강산업의 위기 상황은 위에서 언급한 ‘삼중고’ 외에도 많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요인들이 철강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 오는 ‘26년부터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 예정, ESG 공급망 규제 강화 등 풀어가야 할 과제가 바로 눈앞에 산재해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국내 철강산업이 고정비 중심의 노후화된 설비, 낮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풀어가야 하고,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전기로 생산체제 전환과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DX 전환 부족 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함께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모든 철강사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어떤 철강사가 빨리 이 기술을 완성하고 상용화에 성공하느냐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탄소중립 목표를 가장 빨리 달성하는 방법으로는 전기로를 이용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언제 완성이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탄소중립과 관련해서 기술개발을 조속히 완성하는 철강사가 앞으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친환경 이슈와 관련해서 기회냐?, 아니냐?의 문제는 누가, 얼마나 빨리 기술을 완성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 볼 때 최근 일본제철의 행보를 보면 “과연 일본 기업답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와 인도 에사르 철강사 인수 배경을 보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글로벌 인프라와 기술력 확보를 염두에 둔 중장기적인 포석을 깔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통한 인프라 구축과 기술력 확보 등의 광범위한 관점에서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체계적인 추진 방법에 대해서는 POSCO나 현대제철 등 한국의 철강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행보이다.
 

◆ ‘산업전략’ 실종…‘K스틸법’+‘Control Tower’ 구축해야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8월 5일자 언론발표에 따르면 ‘철강산업지원 특별법(K스틸법)’을 국회에서 발의하였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립하여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한국 철강산업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지휘한다고 한다. ‘녹색철강기술’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R&D지원, 포항·광양 녹색철강특구 지정, 세금감면 혜택과 기업감산 합의 땐 담합 예외 적용, 수입재 방어를 위한 원산지 규정 강화, 부적합 철강재 수입 및 유통 억제, 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등 덤핑 대응에 필요한 정책 수립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정부가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그 많았던 기간 동안 철강업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땐 제대로 귀 기울여 주지 않다가 이렇듯 벼랑 끝에 내몰려서야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듯한 모습에서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철강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철강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어려움을 풀어주고자 하는 움직임에는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이번에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필자가 자주 느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는 ‘산업전략’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많이 갖게 된다. 정부에서 소위 뜬다는 특정 첨단산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인 철강산업, 뿌리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꾸준한 지원과 국가 차원에서 전체적인 균형발전을 위한 산업전략 수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산업을 총괄하고 산업발전을 기획하는 Control Tower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현재 글로벌 기술 및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합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 차원의 산업전략 수립 및 균형발전을 위한 Control Tower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수입재 대응, ‘담합 예외’ 등 정책 유연성 필요

특히 수입재 방어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안된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는 말이다. 수입재 방어를 시장 논리에 맡기면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싼 것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 또는 구매자의 심리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는 모습인 반면 일본은 정말 말 그대로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봐야 한다. 공정위에서 시행하고 있는 칼날같은 규제 적용도 국가이익 앞에서는 필요에 의해 적절한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철강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K스틸법 발의 내용 중 ”기업의 감산 합의 땐 담합을 예외 적용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꼭 감산뿐만 아니라 저가 수입재 범람으로 관련 기업들이 시장잠식을 당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강 건너 불 보듯 대책 없이 지켜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수입재 방어를 위한 관련 기업 간의 협력에 대해서도 담합을 예외 적용하는 것도 포함시켰으면 하는 생각이다. 시장에서의 공정거래법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중요한 법이기는 하지만 국가이익 앞에서는 적절한 정책의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냄비 속 개구리’…정부와 철강사, 피 깎는 노력 요구돼

하지만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동안 한국 철강기업들이 ‘냄비 속 개구리’처럼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이 추격해오는 동안 ‘따스함’을 향유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 노력을 등한시 해온 결과가 작금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린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자조 섞인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위로는 일본의 기술장벽에 부딪히고 아래로는 중국의 추격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샌드위치’가 되어 있는 형국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욱 R&D에 집중하여 기술력을 높이고 제품 개발에 투자해서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으로 옮겨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POSCO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금년도 1분기 R&D 비용을 일제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R&D 예산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관행에서 벗어나 어려울수록 더 많은 R&D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비용까지 축소하는 것은 더 큰 우(愚)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끝으로 매번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공급선 다변화와 미국에 집중되어 있는 수출을 인도,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철강기업들의 과감한 과잉설비 폐쇄 또는 M&A 등의 자구 노력들이 더해져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더 많은 대안들을 찾는 피를 깎는 노력이 절실하다.

현재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련 철강기업들이 모여 지혜를 모으고 힘을 뭉치는 노력을 통해 하나씩 극복해 나가기를 철강인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